술에 취한 채 단상 위에서 마구 팔을 휘젓는 지휘자를 보고,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어떻게든 곡을 연주해보려고 애쓰지만 결국에는 엉망이 되어버린 교향굑처럼, 나의 각종 장기와 기관들은 자율신경계의 지휘를 잃은 채 아수라장이 되어 갈팡질팡하다가 하나둘 무너져버리고 말았다. 몸이 우르르 무너지면서 결국 쉴 틈 없이 질주하던 내 인생도 함께 급정지할 수 밖에 없었다. 미국에서 '병실 유튜버'로 유명한 클레어 와인랜드는 선천적으로 '낭포성섬유증'이라는 치명적인 병을 안고 태어났다. 그녀는 병과 함께하는 삶이 결코 건강한 삶보다 못하지 않다는 걸 알렸고, 오히려 병과 고통이 있으므로 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. "인생의 의미란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, 자기 자신이 뿌듯해할 수 있는 삶..